대전매일 시론 |
KTX 개통, 경제발전의 신호탄 |
지난 1일 철도공사화를 앞두고 있는 철도청이 '한국철도공사 출
범' 카운트다운 선포식을 갖고 본격적인 준비에 돌입했다.
돌아보면 100여년 한국철도의 역사 속에는 우리 민족의 깊은 애환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당초 일제가 한반도를 대륙 침략의 전초기지이자 수탈의 수단으로 이용하고자 시작
했던 철도사업은 일본이 패망하면서 핵심 기술이 모두 빠져나가 퇴락의 길을 걸었
다.
그런가 하면 6·25 전쟁 중에는 수많은 피난민과 구호물자들을 수송했으며, 전쟁 직후
에는 함백선 등 산업철도를 건설하면서 훗날 국토 개발과 경제발전의 밑거름이 되어
주기도 했다.
이후 1963년 철도청이 발족되면서 본격적인 철도시대가 열렸다. 지난 70년대에는 수
도권의 전철 개통과 함께 지하철 시대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70년대 초 경부고속도로가 뚫리면서 철도는 일종의 폐물이다시피 취급됐던
게 사실이다. 그리고 다시 80년대에 이르러 국산 디젤기관차와 전동차가 개발돼 철도
의 국산화에 박차를 가했다.
90년대에 들어서는 늘어나는 철도의 수요를 충당하기 위하여 철도의 복선화 및 복복
선화가 이루어졌으며, 민자역사 개발을 위시한 역세권 개발과 철도 관련 상품 등이
개발되었다.
이처럼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 온 철도는 금년 4월, 시속 300㎞의 KTX를 개통하면
서 전국을 1일 생활권으로 묶어 주는 고속철도 시대를 개막했다.
기실 고속철도는 1964년 일본이 시속 200㎞의 신칸센을 처음 선보이면서 시작됐
다.
1981년에는 프랑스가 시속 300㎞에 이르는 TGV를 개발했고, 다시 10년이 지나서야
독일이 280㎞에 이르는 ICE를 내놓았다.
그런데 고속철도에 대한 기술은 기술혁명이라 할 만큼 첨단 기술 분야여서 현재까지
도 극소수의 나라만이 이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KTX의 개통은 이러한 세계의 철도산업 시장에 이제 우리나라가 당당히 어깨
를 나란히 하게 된 것을 보여 주는 계기라 할 수 있다.
물론 프랑스의 선진 기술이 이전되어 온 것이기는 하지만, 고속철도의 국산화율은 부
품 수 대비 92%에 이르고 있어 대한민국 10대 신기술 중에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더욱이 고속철도 기술 개발사업은 항공우주산업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분야와 연계
를 맺고 있어서 관련 분야의 산업발전에도 상당한 파급효과를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
다.
일례로 열차의 운행을 원격으로 제어하고 지원하는 등의 첨단 IT산업에도 지대한 발
전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으며, 고속철도 건설사업에도 비전을 밝게 비추고 있는 것
이다.
그뿐만 아니라 고속철은 지방도시의 경제발전에도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
다.
때문에 지난날 산업철도가 전쟁으로 피폐해진 우리나라를 회생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해냈듯이 고속철도의 개통은 우리의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신호탄이라 할 만하다. 이
러한 시점에서 고속철과 관련한 전문 인력들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도청이 공사화가 이루어지면 만성적 적자를 줄이기 위해 적자
노선을 과감히 폐지하고, 이에 따른 인력 감원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
다.
모쪼록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있는 한국철도공사가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기업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